나는 기억하려고 애를 쓴다. 그게 무엇이던지 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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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억하려고 애를 쓴다. 그게 무엇이던지 간에 +

작성자: parangsae

조회: 54765 등록일: 2014-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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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억하려고 애를 쓴다.그게 무엇이던지 간에 </td></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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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이란 건 아무래도 이상한 것이다. 거기에 실제로 내가 있었을 때 나는 그런 풍경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특별히 인상적인 풍경이라는 느낌도 없었고, 더구나 18년 후에 그 풍경을 선명하게 기억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그때 나에겐 그런 풍경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던 것이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했으며, 그때 내 곁에서 나란히 걷고 있건 아름다운 한 여인에 대해 생각했고, 나와 그녀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했다. 그때는 무엇을 보든, 무엇을 느끼든, 무엇을 생각하든, 결국 모든 것은 부메랑처럼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그런 나이였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사랑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랑은 몹시 복잡한 곳으로 나를 끌어들이고 있었다. 주위의 풍경에 마음을 쓸 여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나의 뇌리에 맨 먼저 떠오르는 건 그 초원의 풍경이 아닌가. 풀 냄새, 차가움을 머금은 부드러운 바람, 산 능선, 개 짖는 소리, 그런 것들이 우선 먼저 떠오른다. 너무도 선명하게. 그것들은 너무나도 선명해서 손을 뻗으면 그 하나 하나가 손가락으로 만져질 것만 같다. 
 
 그러나 그 풍경 속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없다. 그녀도 나도 없다. 우리들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토록 소중해보이던 그때의 그녀와 나, 그리고 나의 세계는 모두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 
 
 그래, 지금의 나로선 그녀의 얼굴을 바로 떠올릴 수조차 없는 것이다.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것 사람 그림자 하나 없는 배경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중에서  
 문이 잘 안 닫히고, 자주 쓰는 물건을 늘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리고, 문을 제대로 잠갔는지 불안해 하고, 지하철의 출구를 자주 헤매는, 그런 기억과의 어긋나는 일상이 매일같이 반복된다. 기억한다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흘러가버린 시간과 잃어버린 시간과의 간격을 애써 유지하려는 인간의 고독이다. 
 
 나는 나를 알고 있는 하늘과 바람과 그 밖의 사람들의 기억일 뿐이다. 어느날 누군가가 사라진다는 것은 혹은 잊혀진다는 것은, 조금은 특별하겠지만 기억이 어긋나는 많은 현상 중의 하나이다. 그들은 잠시 두통을 앓겠지만 곧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침에 일어나 샤워와 양치질을 하고 깨끗한 셔츠로 옷을 갈아 입고서 어제처럼 집을 나설 것이다. 그렇게 잊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문득 그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우리는 더 많은 상실감에 빠져든다. 
 
 밤은 기억이 건너가는 강이다. 아침이 오면 강은 새로운 것들로 가득 채우기 시작한다. 잊어야 할 것은 잊어야 하지만 잊고 싶지 않은 것도 잊혀진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내가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그 자리에는 항상 그녀가 앉아있다. 나는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언제나 그녀를 본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한 그녀는 다소곳한 모습 그대로 거기에 존재하고 있다. <img width="112" height="108" align="right" src="http://www.thehr.co.kr/images/clover_s.gif"> 
 나는 기억하려고 애를 쓴다. 그게 무엇이던지 간에. 
 
 
 황인철·시인 / 20060207-20</td></tr></tbody></table>									<style type='text/css'> p { line-height:180%;}</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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