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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속도 +

작성자: parangsae

조회: 63465 등록일: 2014-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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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속도 </td></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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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은 진부한 이야기이다. 보통 이런 말에는 약간의 향수가 묻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똑같은 현상의 반대편은 좀처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젊은이나 어린아이들에게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는 것 말이다. 젊은이들 스스로는 이에 대해 거의 말할 수 가 없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나가는 속도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나서야 무슨 판단이 가능할 텐데. 그때에는 이미 직접적인 증거를 찾기에는 너무 늦어버렸기 때문이다. 어린아이에게 하룻밤이나 한나절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를 알고 나면 어린 시절을 훨씬 잘 이해할 수 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한 인간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그 경험이 주는 충격의 강도 때문이기도 하지만(상대적으로 연약한 어린 시절의 기준에 따라 강도가 측정될 것이므로), 어린아이의 인식에서는 경험이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기 때문이기도 하지 않을까? 
 주관적으로 보자면, 어린 시절은 이어지는 인생의 나머지 시간들 전체와 맞먹는 길이를 가지는 것일 수도 있다. 
 매일매일 챙겨야 할 실제적인 일들이 최소한으로 줄어들고, 어린 시절에 대해서 점점 더 많이, 그리고 점점 더 분명하게 기억하게 되는 노인들의 삶이 이를 확인시켜준다. 주관적으로 보자면, 어린 시절이 아마도 삶의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존 버거 , 장 모르의 <행운아> 중에서
    
 하루는 24시간이지만 몇 개라고 말 할 수 있을까. 시간이 유리병 속의 알록달록한 캔디처럼 꺼내 먹을 때마다 다른 맛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예전에 알았을까. 
 지난 설날에 오래간만에 아이들끼리 모여서 그런지 시끌벅적했다. 
 아이들은 좁은 집안에 어디 숨을 데가 그리 많다고 숨바꼭질을 한다. 장롱, 세탁기, 할머니 치마 속, 빨랫감 통, 옷걸이 뒤, 침대 밑, 커튼 뒤… 아이들은 위장술을 부리면서 무한한 상상력으로 숨을 곳을 만든다. 숨바꼭질이 지겨워졌는지, 다시 각자의 역할을 맡아 선생님 놀이를 한다. 잠깐 TV를 보다가 바깥으로 우루루 몰려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는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뭔가를 하는지 열심히 논다. 
 아이들은 흥미와 호기심으로 가득한 얼굴로 마치 유리병 속의 캔디를 꺼내먹듯 시간을 즐긴다. 이런 캔디의 맛에 점점 흥미를 잃게 되면서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가는 모양이다. 
 아이들이 그렇게 온갖 놀이를 하는 동안, 내가 한 일이라고는 잠깐 책을 읽고 TV 채널을 이리저리 바꾼 것 밖에 없었다. 점심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어둑해지더니 하루 해가 후딱 지나가버렸다. 내가 거실에 앉아 있고, 아이들은 이 방 저 방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데 마치 영화 속에서 필름을 굉장히 빠른 속도로 돌리듯 내 주위를 정신 없이 돌고 있는 모양이다. 나는 아이들과 같은 공간에 실재하면서도 동시적이지 않다. 이런 모순을 극복하려면 책장을 넘기는 속도나 리모컨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손놀림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리 해야 겨우 등가의 시간으로 아이들과 눈을 마주 칠 수 있을 것이다. 
 월요일 또는 화요일에 회의를 하는 것이 정해져 있거나,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그 사이의 시간은 이 삼일 정도로 짧아지고, 그것이 일 년이라면 그 사이는 몇 달 정도로 짧아지게 된다. 캔디의 맛이 무엇인지 다 알아버린 나이. 그래서 더 이상 캔디를 먹고 싶지도 않은 나이. 그렇게 별로 하는 일도 없이 시간이 빨라지고 있다고 느껴지면서 사람들은 두려움과 함께 깊은 상실감에 빠져든다. M.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이들이 원하지도 않았는데 오래 전부터 이렇게 변해 버린 모습들은 축제가 끝나고 <img width="112" height="108" align="right" src="http://www.thehr.co.kr/images/clover_s.gif">세수를 하더라도 벗겨지지 않는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시간의 불가역성에 대한 깨달음은 인간에게 부여한 신의 뜻이면서 혜택일 수도 있다
 
 
 황인철·시인 / 20060118-8</td></tr></tbody></table>									<style type='text/css'> p { line-height:180%;}</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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